2023년의 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 초순이다. 포천시 W 병원의 한 병실은 한 낮인데도 너무나 고요하고 적막만이 흐른다. 가끔씩 간호사들의 슬리퍼 끌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70, 80대 후반 고령
의 노인들이라 한낮에도 얘기 없이 그저 잠들 만 자고 있다. 젊은 사람들 같았으면 시끌벅적 할 텐데 말이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데, 아마도 몸이 아파서 누워있지 않나
생각된다.
6인용 병실인데도 침상의 반만 환자로 채워져 있고, 반은 비워져 있다.
지방의 소규모 병원이라 입원환자들이 많이 없는 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데다가 조금만 심각한 병이라면 대개 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기 때문이다.
이런 병실의 한 침상을 지난달 29일 밤부터 아내가 차지했다. 아내는 원래 서울에 있는 제일 큰 병원으로 12년째 진료를 받으러 다닌다. 그런데 며칠 전 몸에 부기도 심하고 폐렴기가 있어서
응급실로 갔는데, 입원실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곳 W병원으로 전원을 오게 된 것이다.
아내는 경구 복용 항생제를 처방받아 그냥 집으로 퇴원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적극적인 권유로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기로 했다. 그만큼 주사약의 효과가 빠르다고 하고 또한, 투석까지 받아야 하므로 투석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 전원을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포천의 W병원을 찾아내어 이곳으로
입원하고, 투석도 받기로 한 것이다.
전원 오자마자 담당 주치의는 추가적인 검사를 지시했다.
검사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은 폐부종이 심하고, 흉부에 물이 많이 차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폐렴끼도 약간 있어서, 매일 세 번 씩의 항생제 주사를 8시간 간격으로 맞아야 하고, 투석시간도 당분간 늘려서 매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계획에 따라서 매일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데, 오늘은 주일이라 투석은 안 하고 항생제만 맞으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혈압과 맥박, 체온만 체크를 했다. 그 외의 시간은 자유지만
병원에서 특별히 할 것이 없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누워 자고, 보호자
들도 좁은 보조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주일 낮인데도 병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아내는 잠깐 나와서 휴게실에서 TV를 보기도 한다. 그러곤 이내 병실로 들어와서 기운이 없다며 잠을 청한다.
아내가 잠이 든 사이 나는 보조침대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요한 병실에서 나 혼자 앉아 있다 보니 무엇보다도 현재 처해진 나의 상황에 조급함이 밀려와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당장 내게 닥친 문제는 크게 네 가지이다. 생활비 걱정, 아내의 치료, 아이들의 결혼, 당뇨병이 있는 내 몸의 관리 등이다. 이런 문제 등으로 인해 내게 밀려오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의 생활비가 걱정이다. 365일을 꼬박 아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니 수입을 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유튜브를 보면 온라인으로 많이들 번다는데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블로그와 유튜브, 쿠팡파드너스에서
기껏해야 한달에 몇 만원이고, 데이터라벨링으로 고작 20만원 전후의 수입이니 생활비로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다. 완전히 내 용돈 정도이다.
12월 7일은 아내의 진료예정일이다.
이 병원에서 퇴원하면 곧바로 다음날 서울의 다니던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기로 예약이 되어있다. 지금 먹고 있는 항암약의 부작용이 커서 그 날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아내가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아이들의 결혼문제이다. 장성한 아이들의 혼기가 이미 지나고, 계속 나이를 먹고 있는데 결혼시킬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질 못하는 것이 커다란 스트레스다.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것은 아픈 아내를 돌보다 보니, 내 몸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혈압에다 당뇨까지 생긴 나는 요즘 당뇨수치가 너무 높다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의지가 약해서 일까? 스트레스도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라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하지만 스트레스 외의 다른 원인을 먼저 전부 해소시킨 다음에, 스트레스 해소가 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는데, 위의 원인들이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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